식집사의 삶을 시작한 지 석 달쯤 되던 때, 코스트코에 가니 아보카도를 싸게 팔더라. 그간 비싸서 자주 못 사 먹었는데
아보카도 6개에 만원에 팔기에 한 묶음 사들고 왔다.
아보카도는 그냥 잘라서 먹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완전히 녹색일 때는 딱딱해서 못 먹고 며칠 후숙을 해야 한다. 이렇게 색이 거무스름해지고 만져봤을 때 물컹해지려고 한다 싶으면 껍질 벗겨서 먹으면 된다.
먹고 나면 큰 씨앗이 남는데 버리려다가 심심해서 키워보기로 했다. 물에 담가 두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싹이 안 나는 거다. 이거 썩었네? 싶어서 그냥 버렸다.
그렇게 네댓 개 버리고 나서 디씨 식물 갤러리에 물어보니 아보카도 새싹이 나오려면 최소 한 달은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꼴랑 일주일 기다려놓고 싹 안 난다고 버린 내가 부끄러웠다.
다시 식자재 마트에 가서 다시 아보카도 한 봉지를 사 왔다. 근데 아보카도는 코스트코가 더 싸더라. 힘내서 아보카도로 샐러드와 안주로 만들어 먹고 생긴 씨앗은 물에 담가놓았다.
이때 포인트는 전부 다 물에 잠기게 두는 게 아니라 아보카도 엉덩이만 물에 닿게 담가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 사진처럼 씨앗을 잠수시키면 안 된다는 뜻. 이걸 몰라서 저 두 개 씨앗은 또 버렸던 것 같다.
사나흘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아보카도의 갈색 껍질은 자연스레 물에 불어 벗겨지고 대머리 같은 씨앗의 속살이 드러난다. 동시에 아보카도 씨앗이 이등분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소주잔에 넣었더니 자꾸 씨앗의 머리 부분이 물에 잠겨 지지대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사진처럼 씨앗에 이쑤시개 3개를 꽂아 받쳐주고 아보카도 엉덩이만 물에 잠기도록 해준다.
그리고 뿌리와 싹이 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린다. 빠르면 한 달, 늦으면 두세 달까지도 걸린다. 그냥 가끔 물만 새 걸로 갈아주고 현생 살며 잊고 있으면 어느 날 뿌리가 하나씩 나 있는 게 보인다.
뿌리가 먼저 나고 뒤이어 이등분된 씨앗에서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3주가량 걸렸고 시기가 여름이라 비교적 빠르게 자란 것 같다.
아보카도 수경 재배한 지 한 달 약간 지났을 때의 모습. 이렇게 위, 아래로 쑥쑥 자라 뿌리가 어느 정도 길어졌다 싶으면 화분으로 옮겨 심어준다. 화분에 심을 때 씨앗 머리 부분은 흙 밖으로 나오도록 심는다. 이 아보카도는 7월 말부터 수경 재배한 아보카도니까 지금 3개월쯤 된 아기아기한 모습이다
잘 키워서 열매 맺으면 따먹어야지. 이거 언제쯤 열매 생기냐고 식물 갤러리에 물어봤더니 7년 걸린다고 한다. 키잡은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아래 사진은 씨앗 발아를 위해 요즘 물꽂이 중인 아보카도 삼형제.
맨 왼쪽은 두 달이 지났는데 변동이 없어 망했나 싶네;; 내가 드루이드 계열이 아니라서 성공률이 그리 높진 않다. 5~6개 씨앗 시도하면 그중 1~2개 성공하는 듯.
지금 우리집 현관에 세워둔 식물. 왼쪽부터 필로덴드론 버킨, 초설, 아보카도, 금전수다. 부디 사막같이 건조한 우리집에서 살아남아 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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